핑크택스’를 아십니까… “여성 커트 18000원 남성 12000원, 머리길이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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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은 사치의 색?… 여성용, 남성용보다 평균 13% 더 비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성불평등을 떨치려는 여성들의 노력이 확산 중인 가운데 ‘핑크택스’의 문제를 지적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됐다. 핑크택스란 여성용 물건에 더 비싼 가격이 매겨진 것으로, 동일한 상품일지라도 여성용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기업들이 여성용 제품에 분홍색을 주로 사용해 붙여진 이름이다. 일각에서는 여성용이라 더 섬세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마케팅 전문가는 여성이 외모나 생활용품 관련 제품에 더 돈을 많이 지불하리라는 전략 아래 가격이 높게 책정된다고 말한다.

◆ “미용실에서도 ‘핑크택스’…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나요?” 靑 청원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핑크택스의 문제를 지적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최근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갔더니 여성은 1만8000원, 남성은 1만2000원이라고 한다. 여성이란 이유로 기장과 스타일이 남성과 별 차이가 없는데도 6000원이나 더 내야했다”며 “이건 약과다. 여성 커트 44000원, 남성 커트 22000원인 곳도 있다. 두 배 가까이 더 내야 한다. 기장 때문에 그럴까? 미용사에게 물어보니 사실상 머리가 길면 더 자르기 쉽다고 한다. 남성 커트가 더 섬세한 기술을 요구하는데도 더 저렴한 이유는 뭔가?”라고 적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그러면서 “이 차별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지 의문이다. 금액이 비싸고 저렴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실력이 좋은 헤어디자이너는 시장논리에 의해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 또 펌이나 염색은 기장이 길수록 시간, 노동력, 약품도 더 많이 들어가니 요금에 차이가 나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문제는 성차별적인 커트 요금 부과”라며 “임금차별, 고용차별로 소득 수준도 격차가 나는데 여성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핑크택스를 계속 지켜봐야만 하나. 이런 기본적인 것까지 국민청원을 통해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이 씁쓸할 따름이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글을 접한 한 네티즌도 “요즘에는 여자도 남자처럼 짧은 커트를 많이 한다. 그런데 여성에게만 더 많은 돈을 받는다는 것은 부당하다. 길이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해 많은 여성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지만, 몇몇 사람들은 여성과 남성의 머리카락은 다르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느냐? 단순히 미용 산업 분야에서 여성들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길 원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분홍색은 사치의 색?… 여성용, 남성용보다 평균 13% 더 비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용실 가격뿐만 아니라 여성이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도 확장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5년 뉴욕시 소비자보호국은 24개의 온오프라인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800개 제품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가장 가격차가 큰 품목은 샴푸나 컨디셔너, 데오도란트, 면도기 등의 미용용품으로, 여성용이 남성용보다 평균 13% 더 비쌌다. 구체적으로 여성용이 비싼 제품은 42%, 가격이 같은 것은 40%, 남성용이 비싼 제품은 18%뿐이었다. 영국 언론들도 제조업체, 성능과 규격이 같은 제품을 조사했는데, 여성용 제품이 남성용보다 최대 2배까지 비싸게 팔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의류를 구입할 때도 여성들은 동일한 제품에 평균 8%의 웃돈을 낸다. 명품의 경우 같은 라인, 같은 디자인의 여성용 의류가 최대 114만원 더 비싼 값을 치렀다.

대표적으로 예로 언급되는 면도기의 경우, 여성용 핑크색 일회용 면도기가 1개에 대략 1000원인데 반해 남성용 파란색 일회용 면도기는 10개 묶음으로 5000~6000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다. 등산 가방은 똑같은 디자인과 용량인데 여성용이라 표시한 보라색이 검은색보다 더 비쌌다. 핑크택스는 속옷에도 있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유명 스파( SPA ) 브랜드 세 곳에서 판매하는 모든 팬티의 개당 가격을 알아본 결과, 여성용이 남성용보다 4~45% 정도 더 비쌌다. 분홍색 여아용 장난감도 마찬가지다. ‘여아용 코너’에서 판매 중인 분홍색 킥보드는 파란색 킥보드 보다 1만원 정도 더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실제로 프랑스의 여성부 장관이었던 파스칼 부아스타르는 “분홍색이 사치의 색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남성용 면도기가 여성용보다 훨씬 잘 깎인다’ ‘남성용 팬티가 여성용보다 훨씬 편안하다’ ‘색상을 제외하고는 다를 게 전혀 없다’ 등의 경험담도 많다. 비싼 여성용보다 남성용을 구매하라는 조언과 남성용 제품이 가성비가 더 낫다는 후기도 잇따르고 있다.

◆ 우리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여성소비총파업’ 운동

핑크택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사회운동의 방편으로 실시되는 ‘소비총파업이’ 7월1일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여성이 소비를 일시적으로 중단해 여성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실제로 최근 시장에서 여성들의 마음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제품은 외면받고,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품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는 이러한 현대 사회의 경제적 특징을 ‘쉬코노미’라고 부르고 있다.


사진='여성소비총파업 공식계정(@K_W_G_C_S)' 트위터 캡처

트위터 계정 ‘여성소비총파업’에 따르면 1일부터 여성들이 매달 첫 일요일에는 문화·외식·쇼핑 등의 모든 소비와 지출을 중단하는 운동을 진행한다. 주최 측은 “다양한 영역에서 중요한 소비층을 구성하는 여성이 정해진 날짜에 함께 소비 행동을 ‘파업’함으로써 여성 소비자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며 “여성이 주요 소비자임에도 여성을 상품화하는 광고들이 쏟아지고 있는 점이 계기가 됐다. 여성이기 때문에 지불해야 하는 웃돈이 생기는 잘못된 구조를 고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는 최근 금융권 채용 차별, ‘몰카’ 범죄에 대한 분노 등이 결합해 등장한 현상”이라며 ‘아이슬란드 여성총파업’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소비총파업 주최 측이 내건 ‘우리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는 표어도 1975년 아이슬란드에서 벌어진 ‘여성총파업’과 지난 3월8일 스페인 여성 동맹파업에서 따온 구호다.


사진='여성소비총파업 공식계정(@K_W_G_C_S)' 트위터 캡처



아이슬란드 여성총파업 당시 여성 노동자 90%가 직장에 가지 않거나 가사노동·육아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성 평등을 요구해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배 대표는 “아이슬란드 여성총파업 당시 나라 전체가 멈춘 것처럼 한국에서도 소비 분야 파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사회적 영향력을 각인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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