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패션업계에서 주목받는 디자이너 듀오, 제이쿠 최진우·구연주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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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쿠 최진우·구연주 부부

패션업계에서 주목받는 디자이너 듀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훌륭한 취향을 지녔다는 것 그리고 이에 부합하는 파트너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맞춤옷처럼 서로에게 꼭 어울리는 제이쿠의 최진우·구연주 부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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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쿠에는 쇼룸이 없다. 그들은 팔리지 않는 옷을 걸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대신 패션쇼를 통해 자신들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디자이너 최진우·구연주 부부의 태도와도 닮은 모습이다. 낯선 나라로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브랜드를 론칭했다.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부부는 여전히 망설임 없이 전진 중이다.

지망생에서 유학생 그리고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나란히 걸어온 시간은 오롯이 쌓여 단단한 자신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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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앞에서 제이쿠의 마스코트 ‘점보’와 함께 포즈를 취한 두 사람.


WEDDING21 ‘제이쿠’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브랜드다. 이는 두 사람에 대해 알려진 것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진우 신비주의는 아닌데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다(웃음). 우리는 2012년 서울컬렉션을 통해 데뷔한 디자이너 듀오다. 이제 결혼 7년 차에 접어든 부부이기도 하고.

구연주 제이쿠는 우리 두 사람의 이름인 최진우, 구연주의 이니셜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은 이름이다. 2010년 센트럴세인트마틴을 졸업하고 같은 해 런던에서 제이쿠를 론칭했다. 그후 한국에 돌아와 지금까지 브랜드를 전개해나가고 있다.

최진우 맨 처음 여성복으로 시작해 남성복까지 라인을 확대했다. 사실 우린 둘 다 남성복을 전공했기 때문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흘러왔다.


WEDDING21 유학 생활 중 결혼을 했고, 브랜드까지 론칭했다.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가 궁금하다.

구연주 모두들 특별한 이야기를 기대하지만, 우리의 첫 만남은 정말 평범했다. 일단은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어 정정한다. 영국의 센트럴세인트마틴이 아니라 한국의 해커스 영어학원에서 만났다(웃음). 둘 다 유학 준비 중이었다.

최진우 나 같은 경우는 패션과 전혀 무관한 인문학도였다. 군대에서 앞으로 패션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후 1년 동안 부모님을 설득했다. 말년 휴가를 나와서 부모님께 언제 유학을 가고 어떻게 준비할지를 자세하게 적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그 약속대로 전역하자마자 영어학원에 등록했는데, 마침 지인이 이 학원에 센트럴세인트마틴 유학을 준비하는 친구가 있다는 거다. 당장 소개해달라고 졸랐다.

구연주 처음에는 정보 교류가 목적이었는데, 아무래도 같은 곳을 목표로 하다 보니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렇게 몇 개월 연애하고, 바로 영국으로 떠났다. 유학 갈 당시에는 나이도 어렸고 만난 지도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결혼까지 생각하진 않았다.

최진우 재밌는 것은 그때 공항에서 ‘상견례 아닌 상견례’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서로의 부모님과 함께 처음 식사를 했다. 그때 어렴풋이 ‘어쩌면 이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WEDDING21 한국 유학생이 별로 없던 시절 아닌가. 서로 많이 의지했을 것 같다.

최진우 학기 중에는 각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둘 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기 때문이다. 영국에 들어가서 열흘 만에 일을 시작해야 했다. 졸업반 때 마지막 2개월을 제외하고는 집, 학교, 일을 반복하며 살았다.

구연주 다행히 우리 학교는 방학이 길었다. 그때는 둘이서 데이트도 많이 하고 나름대로 즐겁게 지냈다. 제이쿠를 론칭하고 나서는 24시간을 붙어서 일했기에 지금 생각하면 그때 더 열심히 놀아둘걸, 후회가 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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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돋보이는 제이쿠 컬렉션.

WEDDING21 언제 두 사람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나.

최진우 일단 우리 둘 다 어딘가에 취직할 생각이 없었다. 그건 센트럴세인트마틴 학생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다들 졸업하면 브랜드를 론칭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였달까. 브랜드를 만든다면 당연히 연주와 함께하고 싶었다.

구연주 우리 두 사람은 디자이너로서 상반된 성향을 가지고 있다. 남편은 아티스틱한 면이 강하고, 나는 그보다는 조금 더 웨어러블한 방향으로 옷을 풀어낸다. 그런 점을 서로 보완해줄 수 있다면 균형 있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최진우 실제로 브랜드를 론칭하고 보니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애초에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구연주 졸업 포트폴리오를 들고 여기저기 문을 두드렸다. 그중 두세 곳에서 연락이 와 주문을 받고 납품을 시작했다. 그때 제이쿠는 완전한 자급자족 시스템이었다. 워낙 소량이다 보니 공장에 맡길 수도 없었다. 원단 구입부터 옷을 생산하는 것까지 전부 둘이서 해내야 했다.

최진우 젊어서 가능했던 일 같다(웃음). 예를 들어 바지 12개를 주문받으면 먼저 연주가 옷감을 재단해서 오버로크를 쳐놓는다. 그후 내가 일을 끝내고 돌아와서 연주가 과외를 하는 동안 미싱을 돌리는 거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한 몸인 것처럼 쉴 새 없이 일했다.

 

 


WEDDING21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가 있다면?

구연주 아무래도 자금 문제가 가장 컸다. 유럽에서 신인 디자이너가 쇼를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신인 디자이너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어도 외국인은 자격 요건에 들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제너레이션 넥스트’를 비롯해 신인 디자이너로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기에 귀국을 결심했다.

최진우 제너레이션 넥스트는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세 번의 쇼를 지원한다. 세 시즌이 끝나면 온전히 자력으로 쇼를 올려야 한다. 이 지원이 끝나면 디자이너들은 또 다른 기로에 선다. 계속해서 쇼를 올리는 브랜드로 남느냐, 아니면 실용적인 노선을 선택하느냐, 둘 중 하나다.

구연주 사실 세 시즌 안에 흑자가 나지 않으면 브랜드를 접으려고 했다. 디자이너로서 자질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생각이었다(웃음). 다행히 시즌이 지날수록 아시아 쪽 바이어들로부터 호응이 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여덟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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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쿠는 남성복을 베이스로 독특한 분위기의 여성복을 선보인다


WEDDING21 배우자로서 서로를 평가한다면? 몇 점을 주고 싶은가.

최진우 그다지 좋은 배우자 같지는 않은데(웃음). 특히 나는 제대로 된 프러포즈도 못 했다. 결혼식도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후딱’ 해치웠다.

구연주 졸업하자마자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었다. 학교 일정에 따라 결혼 준비를 하다 보니 선택의 폭이 별로 넓지 않았다(웃음). 3월 봄방학 때 상견례를 하고, 7월 말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귀국해 초고속으로 결혼 준비를 했다. 그리고 9월 초에 결혼식을 올렸다.

최진우 결혼식을 일방적으로 우리 일정에 맞춰 준비했더니 나중에는 부모님들이 서운해하시더라. “너희는 왜 우리와 하나도 상의를 안 하니?”라고 하셨을 정도다. 웨딩사진도 안 찍고, 신혼여행도 그 시기에 가능한 여행지 중 별 고민 없이 골라 다녀왔다. 다만 드레스는 조금 신경 써서 봤던 것 같다.

구연주 둘 다 그리 아기자기한 성격이 못 된다(웃음). 예쁜 것보다는 멋있는 것이 좋다. 제이쿠의 기본 콘셉트인 ‘남성복을 베이스로 한 여성복’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어떤 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은 ‘멋진 여자’에게 어울리는 옷을 추구한다.

최진우 사실 아내의 그런 면에 반한 것 같다. 쿨하고 멋있어서. 그리고 아내에게는 내가 갖지 못한 장점이 있다. 현실 감각이 뛰어난 편이라 살림은 물론이고 사업적 수완도 뛰어나다. 반면 나는 돈 관리를 전혀 못한다. 얼마 전에는 아내의 등쌀에 공인인증서를 신청하러 은행을 방문했다가 허탕 치고 돌아왔다(웃음).

구연주 대신 남편에게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다. 내가 가끔씩 의욕을 잃고 밑바닥까지 가라앉을 때 남편의 그런 면이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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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에너지 가득한 제이쿠 작업실 모습.
스케치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첫 단계다.


WEDDING21 디자인은 물론 실생활에서도 그 차이점이 시너지를 내는 것 같다.

최진우 맞는 말이다. 영국 유학 시절 옆에서 아내가 생활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나는 언제나 일이 우선이고 다른 것들은 뒷전인데, 아내는 아무리 과제가 많고 아르바이트가 바빠도 주말에는 꼭 여가를 즐겼다. 아내는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삶의 태도를 존경한다.

구연주 사실 내가 추구하는 삶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 한국에 와서는 매일 야근을 하고 주말에 출근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일주일에 단 하루라도 우리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강아지 산책도 시켜야 하고(웃음).

최진우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지 않나(웃음). 중요한 건 그런 태도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거다. 최근 한 가지 꿈이 생겼다. 앞으로 제이쿠를 꾸준히 확장시켜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만드는 거다. 콘셉트는 지금과 다르지 않다. 힘을 주지 않아도 멋있는, 바로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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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여러 가지 아트 서적을 모아두었다.
우 - 요즘은 2016 S/S 컬렉션 준비가 한창이다.

에디터 서지연 포토그래퍼 신기환

<웨딩21> 2015년 09월 

[이 게시물은 웨프님에 의해 2015-11-24 16:14:41 인터뷰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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