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공원과 놀이터에서의 판타스틱한 웨딩파티

월간웨딩21 웨프 0 892 URL복사
북한남동에 한판 잔치가 열렸다. 아이들과 반려견이 뛰놀던 놀이터에서 펼쳐진 진짜 결혼식은 금세 동네 축제가 되었다. 곽승훈, 이고운 커플의 즐거운 결혼식과 러브스토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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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Dear 두 사람의 첫 만남

2010년, 지금의 아내가 다니던 홍보대행사에서 진행하는 브랜드 론칭 행사에 초대되어 참석했다. 그런 행사장에 가보는 것 자체가 신기했고, 그런 자리에서 일하는 그녀가 멋졌다.

많은 사람과 함께 같은 테이블에 앉았는데, 도도한 성격의 그녀는 질문을 해도 ‘네, 아니요’ 정도의 대답만 할 뿐 반응이 그저 그랬다. 술을 권해도 형식적인 건배만 하고 잔을 바로 내려놓는 그녀가 왠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 명함에 있는 메일주소로 편지를 남겼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메일을 받고 무척 좋았고, 이를 계기로 마음을 열었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진심으로 대하기 시작했고, 만남을 이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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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석에 준비된 성혼성언문

계절 플라워로 완성한 부케


To Be With You 결혼을 결심한 동기

작년 봄, 뜻하지 않은 소식이 우리를 찾아왔다. 평소에도 업무량이 많아 늘 피곤해하던 그녀에게 암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 것.

매사에 냉정하고 차분한 성격이라 걱정하는 사람들 앞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던 그녀가 수술을 앞둔 어느 날 내 앞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그만큼 가깝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평생 지켜주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그녀가 아파서가 아니었다. 그걸 계기로 깨달았을 뿐이다. 좀 어색했지만 병원에서 양가 부모님 상견례가 이뤄졌고, 이때부터는 결혼을 앞둔 커플로 조금 더 관계가 발전했다.

그리고 올해 그녀의 생일에 will you marry me? 라고 적힌 카드와 함께 6년간의 연애가 아닌 새로운 60년을 위한 출발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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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포옹으로 사위를 격려하는 장인

낙엽이 곱게 깔린 버진로드를 따라 입장하는 신부와 아버지

Wedding Project 북한남 웨딩 크루

뭔가 일 벌리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다. 그녀에게 남들과 다른 결혼식을 선물하고 싶었던 나는 직접 결혼식을 준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동네친구들과 집 앞 공원에서 하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결혼식처럼 말이다.

그런데 준비하다보니 처음엔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고, 많은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고, 평생 잊지 못할 큰 도움을 받았다. 결국 이 결혼은 내가 신부에게 준 선물이라기보다 오히려 우리가 받은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특히 감사한 것은 우리의 결혼식을 도와주기로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해 도움의 연결고리가 생기고, 그렇게 점점 많은 사람이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고 일해서 완성된 결혼식이라는 것이다.

일명 ‘북한남크루’로 불리는 이들 덕분에 결혼식을 무사히 치렀다. 이 결혼식은 그 옛날 동네잔치마냥 동네식구들이 모두 발 벗고 나서 각각의 몫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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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의 설렘이 느껴지는 신부의 뒷모습

결혼식장으로 연결되는 산책로에 장식된 행잉캔들


동네 이웃사촌이자 우리 커플의 든든한 지원군인 ‘북한남 갤러리’의 송은실 관장을 통해 동네 곳곳에 살고 있는 친구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 모두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한 동네 식구인 주아드비브르 플라워의 이민선 실장이 현장구성 및 데코를 맡아주었고 이웃사촌이자 피부과 의사인 김민선 원장은 결혼 전부터 피부관리는 물론 우리의 축가까지 준비해주었다. 신부의 아름다운 드레스는 아르하 쿠틔르 신아롱 실장, 하나뿐인 웨딩밴드는 몬드주얼리 문순영 대표가 제작해주었다.

자신의 음향장비를 모두 가지고 와준 정구민 형님. 결혼식 사회를 맡아준 정재구, 함께 멋진 축가를 준비해 준 채유리, 첼로연주 이보나, 나와 함께 끝까지 열창해준 신아롱, 결혼식 당일 엄청난 현장 세팅을 도와준 의리남 내 친구 김민석, 그리고 나비컴 식구들까지 모두 자기 결혼식처럼 정성 들여 만든 나의 결혼식이 그렇게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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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의 옷깃에 꽂은 부토니에르

이날 부케는 신부 회사의 선배가 받았다


Amazing Ceremony 결혼식 준비과정 에피소드

장난처럼 내뱉었던 놀이터에서의 결혼식.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하면서 갖가지 고난과 역경을 만났다. 아담한 공터와 숲길 산책로를 끼고 있는 동네 공원과 놀이터에서 하려니 준비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행사를 위한 음향시설이나 의자 등의 기본 시설물은 물론 사인보드도 필요했고, 유명한 장소가 아니다보니 주차시설도 열악했다. 심지어 공원대여를 미리 얘기해 뒀는데 그 사이 담당직원이 바뀌어서 구청의 허가를 다시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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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가 격식있는 웨딩베뉴로 환골탈태했다


혹시 불편해할 주민들을 배려해 결혼식 전날 너른 이해를 부탁드리는 마음을 담아 동네에 떡을 돌렸다. 공간의 특성은 살리면서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현장구성을 도와준 팀장님과 거의 날마다 미팅을 했다. 자신의 일처럼 신경 써 준비해준 정성은 결혼식 현장에서 빛을 발했다.

까다롭고 욕심 많은 나의 요구에 맞추느라 힘들었을 텐데,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다. 축가만 3팀이 준비했는데, 결혼식이 가까워오자 매주 모여 축가 연습을 했다. 누가 남의 결혼식에 새벽 3시가 넘는 시간까지 이렇게 즐겁게 준비를 해줄까. 종종 울컥하는 감동을 받았다.

정말 감사한 분들이다. 동네공원에서 우리끼리 준비하는 결혼식이란 말에 결혼 전부터 많은 사람의 축복을 받았고, 선뜻 도와주겠다는 감사한 사람도 많았다. 정보를 알아봐주고 함께 고민해준 사람, 손수 장비를 빌려준 사람, 시간을 내어 준비하고 또 지인들까지 물색해 도움을 준 모든 사람에게 무한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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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점화를 하는 양가 어머니

신부를 위한 축가를 직접 부르는 신랑

Romantic Ever After 결혼식이 끝난 후 아쉬운 점

직접 준비하다 보니 오히려 더 아쉬운 게 많다. 부족하거나 잘못 돼서가 아니라 하나하나 작은 것까지 공들인 게 많기 때문이다. 결혼식 준비를 도와준 모든 사람에게 평생 은혜를 갚으며 살기로 했다.

무척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끝이 더 아쉬운 거 같다. 신부에게 직접 불러줄 깜짝 축가를 준비했는데 수없이 연습했지만 긴장해서 제대로 못 까불었던 게 좀 아쉽다.

감사하게도 결혼식에 참석한 많은 사람이 ‘이제껏 본 결혼식 중 가장 예뻤다’ ‘정말 좋았다’ ‘완벽했다’고 칭찬했다. 정말 뿌듯하고, 함께 해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랑하는 아내가 ‘최고의 결혼 선물’이라고 말해주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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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아늑하게 준비된 신부대기실.이날 신부는 하객들의 부러움과 축하를 한몸에 받았다


PLUS INFO 결혼식 견적 공개

인원 공식 하객 약 250명 (아무래도 동네잔치다 보니 결혼식에 동네사람들도 많이 참석했다)
비용 약 2000만원
공원 대여 구청에 문의, 녹지과와 상담하여 허가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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